마라톤 도를 넘어 섰다
2026-08-10 23:08:09
달리기가 유행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걷고 뛰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건강 측면에서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요즘은 러닝화를 신고 한강이나 공원을 달리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마라톤 대회를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많이 열어야 하나 싶다.
서울에서 열리는 마라톤 일정을 찾아봤다. 한 대회 일정 정리 자료를 기준으로 2024년 서울에서는 2월부터 11월까지 50건이 훌쩍 넘는 달리기 관련 대회가 잡혀 있었다. 풀코스만 세어놓은 숫자가 아니라 5km, 10km, 하프, 트레일런 등을 포함한 수치지만, 그래도 한 해 일정표를 보고 있으면 상당히 많다는 생각이 든다.
2025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월부터 시작해서 봄철에는 거의 매주 여러 대회가 이어지고, 4월에는 서울 곳곳에서 여러 대회가 몰려 있다. 가을이 되면 다시 일정이 빽빽해진다.
물론 한강공원이나 공원 안에서 열리는 소규모 행사까지 모두 같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도심 주요 도로를 실제로 사용하는 대형 대회다.
대표적인 서울마라톤만 봐도 2024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코스에 약 3만8천 명이 참가했다. 행사 당일에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주요 구간의 교통통제가 불가피했다.
2025년 서울마라톤은 참가자가 4만 명 규모로 더 커졌고, 광화문과 종로, 동대문, 잠실 일대에서 오전 시간대 교통통제가 진행됐다.
서울하프마라톤도 마찬가지다. 2025년에는 광화문에서 출발해 마포와 월드컵경기장 방향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시간대별 도로 통제가 이뤄졌다.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차를 몰고 출근해야 하는 사람,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 버스를 타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로 하나를 막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차량이 우회하면서 다른 도로까지 밀릴 수 있다.
물론 마라톤 하나 때문에 서울 시민 전체가 엄청난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건강을 위해 뛰는 사람들을 탓할 이유도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좋은 것도 너무 많아지면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달리기 열풍이 좋다면 오히려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매주 도심 주요 도로를 막는 방식으로 행사를 늘리는 게 과연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강이나 공원처럼 차량 통행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규모 도로 통제가 필요한 행사는 일정 간격을 두고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마라톤 참가자도 시민이고,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도 시민이다.
어느 한쪽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쪽이 계속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마라톤 자체가 싫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는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다만 뭐든 적당했으면 좋겠다.
건강 열풍도 좋고 러닝 열풍도 좋다. 이제는 그 열풍을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누릴 것인지도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도로는 마라톤 참가자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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